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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 독립/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월요인터뷰] 황영기 "금융산업, 화장실 갈 때도 허락 필요한 죄수 신세… 20년 뒤도 뻔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66)이 다음달 3일 퇴임한다.

연임이 확실해 보였지만 자신은 “문재인 정부와 결이 다르다”며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스스로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외교상 기피인물)’라고 했다.

▷우리 금융산업이 정체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요.

“정부 탓이 크다고 봅니다. 정부가 금융산업을 키우기는커녕 규제와 관리만 해왔죠. 외환위기 이후 규제는 강경 일변도였습니다. 정부는 ‘금융회사는 사고만 치지 말도록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어요. 넘어지지 않고서는 자전거를 배울 수 없습니다. 제조업은 망하더라도 해외에 진출하게 하고 치열한 경쟁도 붙였지만 금융산업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금융규제가 그 정도로 심각합니까.

“한국 금융산업은 영화 ‘쇼생크 탈출’의 등장인물인 레드(모건 프리먼) 같은 신세라고 보면 됩니다. 장기복역 후 출소한 뒤 마트에 취직한 레드는 죄수 시절의 감시와 통제에 길들여져 화장실에 갈 때마다 상사에게 허락을 맡으려고 하죠. 국내 금융회사들도 오랫동안 규제에 길들여졌어요. 새로운 뭔가를 할 때마다 금융감독당국에 물어봅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들조차 당국의 사전 승인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죠. 이런 풍토 속에 어떻게 ‘금융의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없다면 앞으로 또 20년이 흘러도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불가능합니다.”


▷정부도 그동안 나름대로 규제 완화에 힘쓰지 않았나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 아무리 막강한 거북선이라도 바닥에 구멍을 뚫어 놓으면 전투를 할 수 없겠죠. 책임 지기 싫어하는 공무원들은 늘 이런 구멍을 만들어 놓습니다. 법과 규정의 미세한 해석상의 차이를 이용해 사업을 무산시키는 사례가 ‘중국발 미세먼지’처럼 셀 수 없이 많아요. 금융 관료를 확 줄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지금의 3분의 1만 남겨보자는 거죠. 1년 뒤에 금융업계가 잡초만 무성한 불모지로 변할까요. 저는 오히려 금융산업이 잘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월요인터뷰] 황영기 "금융산업, 화장실 갈 때도 허락 필요한 죄수 신세… 20년 뒤도 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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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경제 | 네이버 뉴스